지난 1월 초 표창원 박사를 만났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더군요.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있은지, 그리고

표창원 박사가 경찰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광야로 나온지도요.

경찰대 교수,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유능한 범죄수사관 등등 그간 그를 수식하던 타이틀들을 내려놓고

자유인으로 산 1년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봤습니다.

 

표창원 박사와는 3번째 만남이었습니다.

2011년 초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의 재판이 진행중이던 당시 

판결 직전 기자와 프로파일러로 처음 만났고

 

(관련기사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4&artid=201102281555261)

 

이듬해엔 한국의 CSI」 저자로 유제설 순천향 법과학대학원 교수와 함께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관련기사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4&artid=201205041750441)

 

오랜만에 만난 그는 옷차림도 표정도, 한결 밝고 편안해보였습니다.

그를 인터뷰 할때마다 한가지 놀라는 것이 있는데요,

달변인 것은 둘째치고, 굉장히 정확한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녹취만 그대로 옮겨 기사로 내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의 말은 언제나 논리적이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즉문즉답

어떠한 질문에도 망설임없이 바로 대답이 나온다는 것도 그의 인터뷰 스타일이네요.

 

1년동안 수많은 이슈에 휩싸여온 인물인만큼 이런저런 느낀것들이 많았지만

기자의 결론은 

'표창원은 그대로이다'입니다.

범죄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던 3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범죄는 처벌을 받아야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약자편에 서서 

그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 역시 변함이 없었고요. 

지면관계상 기사에 싣지 못한 이야기들을 옮깁니다.   

 

 

 

 

지난해 가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씨 결혼식때 먼 발치에서 뵀어요

여기저기 출몰했죠. 하하.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가족과 보냈어요. 떡국도 먹고

 

호칭을 어떻게 해야할까. 인터넷 프로필에는 전 교수라고 나오던데 어떤 게 제일 편하세요?

글쎄요. 저를 아셨던 분들에게는 교수라는 호칭이 익숙하실텐데 을 붙이더라도 경찰대를 달고 다니는 건 대단히 부담스러워요. 저는 그냥 한사람의 시민이고 싶은데 무언가를 대표하는 것 같이 알려지고 이해가 되니까요. 물론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전 경찰대 교수라는 한마디로 모든 게 소개가 되니까 자꾸 그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이제 저는 새출발한 사람이니까 새롭게 불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작가라는 호칭이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작가'라는 호칭을 어색해하던 기자, 결국 '박사'로 부르기로..)

 

경찰대를 사직하신지, 그리고 국정원 사건이 벌어진지 1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일단 개인적으로만 본다면 1년을 잘 버텼다라는 게 스스로에게 내리는 총평이에요. 극적인 변화였잖아요. 당시의 선택으로 인해 제 커리어를 비롯한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었어요. 경제적으로나 가정적, 개인적으로 크게 손상을 입지 않고 버텨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돌아보니 잘 버틴 것 같아요. 감사하죠. 하지만 저를 변화하게 한 원인이었던 정치, 사회적 문제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요. 저가 버틴 만큼 그들도 버틴 거죠. 그 모양 그대로 1년이 갔고 그 사이에 진실과 정의를 바랐던 시민들은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어떤 분은 희망을, 어떤 분은 목숨을 버리셨어요. 때문에 1년을 돌아보자면 복잡한 심경이에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생겨났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대자보가 큰 이슈가 됐고요. 

사실 저는 이전까지 정치에 크게 관심을 뒀던 사람이 아니에요. 정치에 대한 피상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죠. 지난 1년간 공부하고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우리 민중, 시민들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암울하고 통제되고 한쪽으로 쏠려나가는 사회에서조차 본질과 진실을 잃지 않고 정의를 지키려는 열망을 느꼈죠. 특히 작년 연말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안녕들하십니까를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저희 세대에게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사회문제에 무신경한,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이미지로 보여 진 경향이 있어요. 대학생들과 고등학생, 중학생들까지 주축이 되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망치로 꽝 얻어맞은 느낌이었죠. 그들을 그렇게 바라봤던 저나 저희 세대가 너무나 오만했고 무책임했구나라는 걸 느꼈고 그들이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우리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청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강요했는가, 공부, 취업만 강요하지 않았나하는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지게 됐어요. 무엇보다 그러한 모습들 안에서 더 큰 긍정과 희망을 보았고요. 전 사실 이 정권이 끝까지 가도 괜찮다고 봐요. 많은 시민들로부터 민족 정기와 시대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걸 봤거든요. 그것만으로도 긍정하고 희망할 수 있어요.

 

지난 1년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2014년의 대한민국을 긍정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어요. 조금 원칙적이고 성급한 시각으로 보자면 현재 상황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눈앞에서 뻔히 범죄가 벌어졌는데 그걸 전혀 인정하지 않고 감추고 있잖아요. 조사하던 사람들을 누명 씌워 내쫓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은정도에요. 이민가고 싶다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데 조금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희망과 긍정을 발견할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쯤 벌써 그들에게 손을 들고 말았을거에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있잖아요. 많은 분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사회 곳곳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희망이라고 봐요. 비유하자면 일제 36년 동안 그 모진 어려움속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민족정신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듯이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대중들을 가장 가깝게 경험했던 1년이 아닌가 싶어요. 프리허그와 강연, 팟캐스트,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형식과 자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한 공간에서 물리적 접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때뿐 아니라 트위터나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열망이 참 뜨겁고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다만 각각 자신의 열망을 내세우는 모양은 다 달라요. 좀 더 강하게 선동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중도를 지키며 끝까지 가달라, 너무 정치적으로 나서지 말고 시대의 중심을 잡아 달라 등등 다양한 주문을 해오세요.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과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거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뚝 잘라버릴 수도 없는 상황. 복잡하지만 열망과 요구, 기대는 너무나 강하게 체감하고 있어요.

 

많은 주문들, 때로는 가시 돋힌 말들도 많았을 텐데 그런 말들을 대할 때마다 상처받지 않았나요.

제가 성인군자는 아니거든요(웃음). 욕설과 비난, 교묘하게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 자극적인 시비도 많아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한 분 한 분 다 얘기해보고 싶지만 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시고 지지와 응원을 주시는 분들에게도 일일이 피드백을 못해드리는데 부정적으로 시비거시는 분들에게 시간을 쏟는 것이 옳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그런 부분이 힘들어요. 만약 제가 정치인이라면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도 모두 포용하는 것처럼, 혹은 못들은 체 하고 넘어갈 수 도 있겠지만 저는 그저 시민의 한사람이고 싶거든요. 제가 저의 역할이나 포지션을 정해놓으면 대응 매뉴얼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정해진 게 없어요.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싸우기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시간을 들여 변화시키기도 하고 사과를 받기도 했어요. 그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너무 많죠.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욕도 많이 들었고요. 지난 여름에는 논문 표절 관련해서 참 희한한 경험을 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인데, 표절 확정도 아닌 논란거리가 있는 일부분에 대해서 조중동과 종편에서 생중계 하는 걸 봤죠. 한편으로는 내가 중요한 인물인가보다 싶기도 하고, 하하, 다른 한쪽으로는 저를 아는 많은 분들에게 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되는 아픔도 겪었고요. 저는 거기서도 우리 사회 긍정과 희망을 봤어요.

 

어떤 부분에서 말이죠?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학문적 윤리와 투명성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 기회가 됐으니까요. 그걸 지켜본 많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줬죠. 대학생들에게 강연할 때 얘기해요.  도 논문을 쓸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분도 그럴 수 있기에 더욱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타산지석으로 삼아라.

사과문에도 논란을 인정한다, 하지만 인용표시를 했기때문에 지적 도둑질이라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적었어요. 특히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정부나 권력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만 잣대를 들이대는건 옳지 않다고요. 결국 대학에서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했고요.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기 마련이에요. 당사자들은 많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도망가는 저들과는 다르다는걸 보여줬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국정원사건이나 더 커다란 불법 비리를 저지르고도 전혀 인정과 사과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저들이 얼마나 치졸하고 비도덕적인지 비교대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봐요.

 

국정원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수사가 결국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고 1년 동안 이와 관련해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지난 1년간 결과가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총장이 소위 말하는 찍어내기로 밀려났고 그에 대한 국정원의 개인정보보호법, 가족관계등록부 관련법 위반이 드러난 상황이에요. 배후로는 청와대가 지목되고 있고요. 이제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범죄가 충분히 확인 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99% 유죄판결이 날 거라고 봐요. 판사들도 자신의 이름이 권력범죄의 부역자로 남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다만 형량에 따라 이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 인가를 볼 수 있겠죠. 아마 사법부가 부담을 지지 않는 선에서의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타협적인 형량이 나왔을 때 청와대나 새누리당쪽의 시나리오는 예상가능해요. ‘이명박 정부에서 이러한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 사법적으로 확인이 됐다. 유감을 표명한다. 그동안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발표하고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겠죠야당은 상설특검제 도입, 국정원의 추가개혁을 받아들일 것이고 시민들은 우왕좌왕할거예요. 아마 이번 철도파업의 결과처럼 시간이 길어지며 저항하던 이들이 소수로 남게 되고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것이, 모든 희망과 바람을 떠난 가장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예상 시나리오에요.

 

변수가 작용할 경우는요?

정부가 확실한 국정원 추가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라고 할 경우 변수가 생기는 거죠. 그런 상황이 오면 시민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거예요. 광우병 사태와 같은 저항의 물결이 강하게 일어날 수도 있어요. 정부가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에 당장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진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1년 동안 끊임없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인정과 사과, 개혁을 요구해 오셨는데 결국 본질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요.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인정하는 거예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책임을 묻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사회의 책무이고요. 우리 사회가 그걸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해요.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죽어, 매장당해, 사회는 날 용서하지 않아, 이런 두려움때문에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 하죠. 그러는 사이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대중들의 시선과 싸우며 몇 배의 고통을 겪어요. 범죄 수사를 하며 보아왔던 것들이에요. 제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모범을 보이라는 거예요.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고 처벌을 최소화해라, 그 다음에 다시 일어서라는 거예요. 따르지 않겠다면 끝까지 목을 쥐고 드러내 처벌받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이제까지 겪어왔던 수많은 범죄사건, 범죄자들에게 했던 단죄의 행동들을 뒤집는 것 밖에 안 되거든요.

 

이전에 범죄수사관으로서 해왔던 말들과 일맥상통하는 말들이네요. 모든 사람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그렇죠. 똑같아요. 안타까운 것이 사람들이 자꾸 저에게 변했다고 해요. 예전에는 저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너무 변해서 싫다고요. 범죄를 대하는 마음, 처벌과 절차, 그때와 지금의 전 다르지 않거든요. 국정원 사건자체가 너무나 큰 범죄이다 보니 제 직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제 선택의 의미와 무게, 역할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조금 긴 호흡으로 표창원이라는 사람을 지켜보신다면 전 늘 일관되어 왔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국내외 경제 문제, 철도 등 각종 민영화, 밀양·강정 문제, 원전비리 등 수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사실 전 누가 대통령이건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중요한 건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감시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국회, 언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일들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하루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될 위협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요. 정부와 국민, 각 분야 최고의 실력자와 브레인들을 모아서 타계해 나가야하는 상황인데 국정원 사건으로 정통성을 의심받는 정권이 이 위기를 제대로 돌파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거죠. 건강보험 문제를 예로 들자면 수가를 올리던지, 구조적인 조정을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국민들의 반대가 두려워 그걸 못하는 거예요. 에둘러 슬쩍 영리 사업을 하게 만드는 등 이런 식이거든요. 지금 모든 문제의 핵심은 정권의 정통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통성 있는 정부로 바꾸던지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정통성을 확보해야죠.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고 고백하고 용서를 받고 그 다음에 산적한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국가에서 개인의 행복이 정권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네요.

그렇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민생이 중요하기에 정쟁을 그만두어야한다는 건 잘못됐다는 거예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하는지, 민생과 정치는 별개일 수 없고 무엇보다 정권의 정통성이 회복돼야 나와 우리 가족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와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참 죄송스러운 게 그런 부분들이에요. 1년 동안 워낙 큰 문제에 휩싸여 있다 보니 그동안 글과 논문, 학회를 통해 주장해왔던 일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 있어 힘을 실어드리지 못했어요. 제가 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여러 시민단체나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감사드리고요. 김조광수씨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했을 때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 중에서도 제발 거기만은 가지 마십쇼라고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소위 말해 진보적이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아직 받아들이는 못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성소수자의 위치가 우리 사회에서 열악하다는 말이고요. 저는 그분들 옆에서 지지해드리고 싶어요. 저야 두려울 게 없으니까 욕하고 오해해도 괜찮아요. 설사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분들의 목소리를 보호하고 지켜드리고 싶어요. 볼테르가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내 목숨을 걸고 지켜주겠소라고 말했던 것처럼요.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이 사회의 소수자, 시스템적인 오류나 결함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해요. 단지 그들이 소수란 이유로 내가 그들이 싫다는 이유로 관심갖지 않고 '망해버려라'한다면 본인도 언젠가 우리사회의  불법, 여론몰이로 사람을 죽이거나 누명씌울수 있는 오류나 결함의 희생자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1년 동안 잃은 것과 얻은 것, 뭐라고 생각하세요?

잃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외적으로 보자면 직업과 함께 일했던 경찰동료들을 잃었죠. 하지만 한 조직체에 소속된 조직원에서 자유인이 되며 상황이 바뀐 것 뿐이지 정말로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얻은 건 대단히 많아요. 저를 지켜 주시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을 얻었고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쓸 수 있었던 책도 썼고요(그는 지난해 2,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역할은 무엇인지를 담은 책 보수의 품격을 발간했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고 많은걸 얻었어요. 물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함께요.

 

경찰대 퇴직 당시 초등학생 아들이 울었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어때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그때는 아빠가 더 이상 경찰대 교수가 아니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나 봐요(웃음). 그런데 이제 아빠가 매일 밤 곁에서 재워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니 싫어할 이유가 없죠. 아이가 저를 비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많이 성숙해졌어요. 동네에서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좌빨’, ‘종북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신 적이 있는데 학교 가는 길에 그걸 보고 아빠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그러한 변화를 겪어나가면서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크게 상처입지 않고 잘 버텨내 온 것 같아요

TV 토론회도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봐요. 어렵지 않니?하고 물어보면 어렵긴한데 재밌데요. 그런걸 보면 오히려 얻은게 많구나 싶어요. 내가 그냥 교수로 있었다면 우리 아이가 정치와 사회에 이러한 관심을 갖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나가는 행인1로 출연한 노기자..함께 찍고 싶었어요..박사님..

 

 

가장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요?

아내는 제일 많이 걱정하고 1년 내내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에요. 내색은 안하려고 해도 불쑥불쑥 불안해하는 게 보여요. 그럴 때면 그냥 끌어 안아줘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대화도 많이 하고요. 감정의 영역에서 일어난 불안감들을 이성의 영역으로 치유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그동안 우리의 역할이 긍정적이지 않았나, 잘 버텨내 왔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1년을 지나왔어요.

 

가깝게 지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 계신가요?

지금은 가족뿐이에요. 예전 경찰 동료들은 제가 일부러 피해요. 저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고맙게도 페이스북이나 SNS 통해 안부 물어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외롭지 않으세요?

가족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저에게 가족은 모든것을 나누는 친구같은 존재거든요. 어렸을때부터 친구가 많은 편이었는데 경찰생활하면서 많이 끊어졌어요. 경찰이라는 직업이 그렇더라고요. 문제 생기면 연락이 오기 마련이고 저는 절대 받아들일수가 없고. 그래서 친지들로부터도 '냉혈한 같은 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살아왔어요. 지금은 오랜만에 연락해도 통하는 친구들이 있고 언제든 제가 원한다면 나와줄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때문에 전혀 외롭지 않아요. 나중에 그 친구들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을 상황이 되면 그때 모임도 나가고 친구도 만나고 하면 돼요.

 

2014년이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을 넘어가고 있네요. 새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새해소망으로 빌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책을 한권 쓰고 있는데 이제까지 썼던 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책이에요. 그 책이 여러분께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당장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불의가 용납되고 승리하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정의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희망은 그들이 아닌 우리에게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놓지 마시고 진득하게 끝까지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야구에 ‘9회말 2아웃상황이 있죠. 우리 팀이 70으로 지고 있어요. ‘어차피 질건데하며 뒤돌아 나가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뒤에서 함성이 들려와요. 주자가 한명 두 명 걸어 나가고 12점 점수가 나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그 경계가 87로 넘어가는 순간이 오죠.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감격은, 그 기적 같은 광경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신 분들만 보실 수 있는 광경이에요. 속고 또 속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분들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고요. 포기하지 마시고 7087로 뒤집어지는, 9회말 2아웃의 기적을 누리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상입니다.

옮기고보니 꽤 기네요.

표창원 박사는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위한 행복과 정의'라는 주제로

1월 28일부터 2월 6일까지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7대 도시 순회강연에 나섭니다.

 새해에는 더 반가운 소식, 즐거운 이야기로 만날 수 있길, 

또 만나요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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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기자